현실적인 지침이 돋보이는 실용적인 팁을 담고 있는 에세이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보내야했던 어머니와의 경험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보냈던 아버지와의 경험, 현역 의사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경험한 여러 환자들의 구체적인 사례를 곁들여 정리한 것이 <부모님 살아계실 적에> 이 책이다. 신경과 의사,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요네야마 기미히로는 부모와 자식 간에 가장 당황하고 후회하는 일이 ‘부모님의 임종’임을 말하고, 후회를 남기지 않는 현실적인 임종 준비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시간 날 때마다 부모를 찾아뵙는 것이 최고이고, 인간적으로 친숙해지면서 자신의 조언을 따라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꼭 물어봐야 할 것들’을 정리하는 것이 후회를 남기지 않는 이별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치매에 걸린 모친을 간병했던 경험과 아버지와의 대화를 떠올리면서 위안을 삼곤 하는 경험을 들려준다. 후회를 가슴에 담고 살지 않았으면 하는 인생 선배로서의 따뜻한 조언, 이젠 나 자신에게 곧 닥쳐올 일이기에 미리 준비하자는 조언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딱 맞는 그리고 꼭 필요한 지침이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부모님에게도 있을 당연한 일상 즉, 부모의 부모, 유년 시절, 친구 이야기를 들으라고 조언한다. 부모님의 죽음과 함께 그대로 사라져버릴 부모님의 과거와 가족의 역사를 지금 바쁘다는 핑계와 바꾸지 말라고 제안한다. 2장에서는 “말하기 껄끄럽다”며 피하곤 하는 재산이나 채무 같은 ‘돈’ 문제를, 3장에서는 부모님이 어떤 병을 앓았었는지, 무슨 약을 드시는지, 어떤 병원에 다니는지 등 부모의 건강 상태에 관심을 갖고 메모해 두라고 조언한다. 4, 5장에서는 부모님이 바라는 병간호 방식과 연명 치료 여부, 장례 방법과 유품 정리, 웰다잉(리빙윌)을 상의하고 수용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부모와 나, 나와 자식, 그리고 ‘나’에겐
구체적이면서 현실적인 부분을 꼬집는 책이 필요하다!
부모 자식 관계를 떠나서 ‘산 자’가 베풀 수 있는 마지막 예의인 ‘임종’. 지금은 부모님의 임종을 함께 한 자식을 자식들 중 으뜸으로 치고, 임종을 함께 하지 못한 것을 최고의 불효로 여기던 시대는 아니다. 부모 공양은 공양대로 하고, 자식들에게 대접 받을 생각은 아예 접고 살아야 하는 시대이다. 이런 상황에 놓인 우리에게 <부모님 살아계실 적에>가 전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효’가 아니라, 오히려 ‘자기 자신을 관리하라’는 메시지이다.
시작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후회를 남기지 않는 이별 방법이었으나 끝은 ‘나’만 있는 현실을 겪게 될 이 시대의 모든 자식들에게 남은 삶을 소중하고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마음 준비에 대한 이야기이다. 임종의 순간이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엉겁결에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비단 부모의 경우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와 나, 나와 자식 그리고 점차 늘어나는 1인 가구의 ‘나’를 향해 이 책은 뒤늦게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미리 준비하라고 말한다.
이 책 <부모님 살아계실 적에>는 부모의 죽음 앞에서 후회하지 않고, 자식들에게 후회를 남기지 않고, ‘나’의 죽음에 직면해 후회를 안고 가지 않기 위해 현실적으로 꼭 알아야 할 것을 구체적으로 멘토링 한다. ‘부모’에 관해 종교, 정신적인 수양, 마음 수련을 부각한 수많은 책들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체적으로 현실적인 부분을 꼬집는 책이다. 비록 임종을 준비하자는 구체적인 지침을 담은 책이지만, <부모님 살아계실 적에>는 오히려 각박한 세상에서 가족을 하나로 엮어주는 끈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