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정신, 동양의 철학, 인문학의 근본 바이블!
2,500년을 살아 숨 쉬는
동아시아 인문주의의 원형인 공자를 지금 만난다.
일본 에도 시대의 학자 이토 진사이伊藤仁齋는 공자와 『논어』에 대해서 공자는 우주 제일의 성인이며 『논어』는 우주 제일의 책이라고 말하였다. ‘세계 제일’도 아니고 ‘우주 제일’이라고 말한 데에서, 그가 공자와 『논어』를 얼마나 높이 평가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그가 공자와 『논어』를 그렇게 평가한 이유가 흥미롭다. 공자의 생각과 『논어』의 내용이 높고 멀어서가 아니라, 바로 가장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가장 높은 진리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논어』를 읽으며 공자와 그의 제자들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그게 가능한 것은 『논어』가 대화체로 쓰였다는 점, 뜻글자인 한문으로 쓰였다는 점 등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논어』를 마냥 그렇게 술술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한문을 익숙하게 읽을 수 있어야 하고, 게다가 당시 사람들의 표현 방식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산문적인 『맹자』와 달리 『논어』의 표현 방식은 시적이라서,그 속에 담긴 뜻을 풀이하기 위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하기’를 요구한다. 이것이 『논어』에 대한 수많은 해석과 주석, 해설이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도록 해주는 이유일 것이다. 그것이 고전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이 책은 원문 아래에 한자의 음을 달아서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의 편의를 도모하였다. 또한 해석만으로 내용 이해가 어렵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해설을 붙여서 이해를 도왔다.
공자는 무엇을 배우고자 하였던가? 그것은 우선 옛 성인의 자취였다. 공자는 자신이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 아니라 옛것을 좋아해서 민첩하게 그것을 구한 사람이라고 하였다. 그 ‘옛것’이란 요임금·순임금·우임금·탕왕·문왕·무왕·주공의 말과 행동이었다.
그러나 공자는 옛것을 익혀서 그대로 따르고자 했던 것이 아니다. 그것을 현실에 적용할 때는 현실에 맞게 변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공자는 옛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따르지 않았고, 또 대중들의 의견이라고 해서 무조건 따르지도 않았으며, 자신이 확고하게 입장을 세우고 거기에 따라 말하고 실천했던 것을 알 수 있다.
공자가 옛 성인의 자취를 배웠던 것은 그 자체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옛것을 아는 것은 새로운 것을 알고자 하는 것이었다.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아는 것이 공자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그것은 공자가 보기에 혼란한 당시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었다. 공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혼란한 시대로 파악했으며, 그 시대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들의 자질이 형편없는 것에 대해 절망하고 있었다. 공자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스스로도 정치적 실험을 해보고자 하였다. 심지어는 반란을 일으킨 사람들이 불렀을 때도 가고자 하였다. 그만큼 배운 것을 실천해 보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던 것이다.
그런 공자였기에 배움은 죽을 때까지 지속되었다. 공자는 제2장 위정(爲政)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子曰 吾十有五而志于學하고 三十而立하고 四十而不惑하고 五十而知天命하고
六十而耳順하고 七十而從心所欲하여 不踰矩라.
공자가 말하였다. “나는 열다섯 살이 되어 배움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이 되어 자립하였으며, 마흔 살이 되어 의심하지 않았고 쉰 살이 되어 천명을 알았으며, 예순 살이 되어 귀로 듣는 것이 순조로웠고 일흔 살이 되어 마음이 하고자 하는 것을 따라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
이처럼 공자의 말과 기록을 담은 논어를 오늘날 우리가 읽는 것은 단순하게 글을 읽거나 지식을 함양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출세를 위한 공부나 잘난 척 하는 지식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간으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일을 실천하라는 말이다.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인간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고, 그것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의 길, 군자의 길이고 학문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논어를 읽고 실천을 향해 나아갈 때 우리는 변화되는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논어를 ‘타인을 다시보게 하는 고전(古典)’, ‘자신을 달라지게 하는 고전(古典)’, ‘인생을 다시살게 하는 고전(古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程子曰 讀論語 有讀了全然無事者 有讀了後其中得一兩句喜者 有讀了後知好之者 有讀了後直有不知手之舞之足之蹈之者
정자가 말하였다. "논어를 읽음에, 다 읽고도 전혀 아무 일이 없는 자도 있고, 다 읽은 뒤에 그 가운데 한두 구절을 얻어서 기뻐하는 자도 있고, 다 읽은 뒤에 논어를 알고 좋아하는 자도 있고, 다 읽은 뒤에 곧 자신도 모르게 손발이 덩실덩실 춤추는 자도 있다."
지금 우리가 읽어야 할 논어, 그리고 논어를 읽고 난 다음의 자신은 과연 어디쯤 와 있는가?
공자가 말하였다. “부유함과 귀함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지만, 바른 도리로 얻지 않으면 차지하지 않으며, 가난함과 천함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지만, 바른 도리로 얻지 않더라도 떠나지 않을 것이다. 군자가 인을 버리면 어디에서 군자라는 이름을 이루겠는가? 군자는 밥을 먹는 동안이라도 인을 어기지 않으니, 급하고 구차한 때에도 반드시 인에 의지하며 엎어지고 넘어지는 때에도 반드시 인에 의지한다.” - 제4장 리인(里仁)
재여가 낮에 침실에 있자 공자가 말하였다. “썩은 나무에는 조각을 할 수 없으며, 썩은 흙으로 쌓은 담장에는 흙손질을 할 수 없으니, 재여에 대해 무엇을 꾸짖겠는가?” 공자가 말하였다. “처음에는 내가 사람에 대해서 그 말을 듣고 그 행동을 믿었으나, 이제 내가 사람에 대해서 그 말을 듣고 그 행동을 살펴보게 되었으니, 재여 때문에 이를 고치게 되었다.”
- 제5장 공야장(公冶長)
공자가 말하였다. “성인을 내가 볼 수 없으면 군자라도 볼 수 있으면 된다. 착한 사람을 내가 볼 수 없으면 늘 한결같은 사람이라도 볼 수 있으면 된다. 없는데도 있는 체하며, 비었는데도 찬 체하며, 가난한데도 사치하면 늘 한결같기 어렵다.” - 제7장 술이(述而)
공자가 말하였다. “비유하자면 산을 만드는데 마지막 흙 한 무더기를 더해서 산을 이루지 못하고 그치는 것도 내가 그치는 것과 같으며, 비유하자면 땅을 고르는데 비록 흙 한 무더기를 부어서 나아가는 것도 내가 나아가는 것과 같다.” -제9장 자한(子罕)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하였다. “식량을 충분하게 하고, 군대를 충분하게 하며, 백성들이 믿게 해야 한다.”자공이 말하였다. “반드시 어쩔 수 없어서 버린다면, 이 세 가지 가운데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가 말하였다. “군대를 버려야 한다.” 자공이 말하였다. “반드시 어쩔 수 없어서 버린다면, 이 두 가지 가운데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가 말하였다. “식량을 버려야 하니, 예로부터 누구나 다 죽지만, 백성들이 믿어주지 않으면 설 수 없는 것이다.” - 제12장 안연(顔淵)
자로가 말하였다.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을 맞이하여 정치를 하려고 하십니다. 선생님께서는 장차 무엇을 먼저 하시렵니까?” 공자가 대답하였다.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겠다.” 자로가 말하였다. “이러하십니다, 선생님이 실정을 모르시는 것이! 어떻게 바로잡으려 하십니까?” 공자가 말하였다. “촌스럽구나, 자로여! 군자는 자기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놓아두는 것이다. 이름이 바르지 못하면 말이 순조롭지 못하고, 말이 순조롭지 못하면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예악이 일어나지 못하고, 예악이 일어나지 못하면 형벌이 알맞지 못하고, 형벌이 알맞지 못하면 백성들이 손발을 둘 곳이 없어진다. 그러므로 군자가 이름을 붙이면 반드시 말할 수 있으며, 말할 수 있으면 반드시 행할 수 있는 것이니, 군자는 그 말에 구차함이 없을 뿐이다.” - 제13장 자로(子路)
공자가 말하였다. “군자가 세 가지 경계할 것이 있으니, 젊을 때는 혈기가 안정되지 않았으므로 이성을 경계해야 하고, 장성해서는 혈기가 한창 강하므로 싸움을 경계해야 하고, 늙어서는 혈기가 약해지므로 얻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제16장 계씨(季氏)
자장이 공자에게 인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하였다. “천하에 다섯 가지를 행할 수 있으면 인이 된다.” 자장이 다섯 가지에 대해 물으니, 공자가 말하였다. “공손함·너그러움·믿음·민첩함·은혜이니, 공손하면 업신여김을 받지 않고, 너그러우면 여러 사람을 얻게 되고, 믿음이
있으면 남들이 맡기고, 민첩하면 공이 있고, 은혜로우면 충분히 남들을 부릴 수 있다.”
- 제17장 양화(陽貨)
| 역주자 - 임옥균
공주사범대학 역사교육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윤리교육과를 졸업하고 중,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동양철학과에 편입하여 학사, 석사, 박사과정을 마쳤다. 졸업 후에 서일대학 교양과 동양철학 담당교수, 중국 산동사범대학 한국어과 한국인 교수, 성균관대학교 유학동양학부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는 성균관 한림원 교수/교무부장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동아시아 사상의 비교와 우리 학문의 전통을 살리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대진 : 청대 중국의 고증학자이자 철학자』, 『왕충 : 한대 유학을 비판한 철학자』, 『맹자가 들려주는 대장부 이야기』, 『주자학과 일본고학파』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논어금독』, 『논어징』(공역), 『유술록』등이 있으며, 쓴 논문으로는 「왕부지의 논어 해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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